로마 신화의 야누스, 문의 수호신으로 두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산불을 보고 야누스 같다는 말이 있는데요. 숲을 잿더미로 만들기도 하지만, 종의 균일성을 깨뜨려 생물 다양성 확보에 도움을 주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기후에 미치는 영향만 놓고 본다면 얘기가 다른데요. 나무를 집어삼키고 내뱉는 연기 때문입니다.

 

산불로 인한 온난화

2억 9천만 톤, 올해 캐나다 산불로 인한 탄소 배출량입니다. 전 세계에서 화재로 인해 발생한 탄소의 25% 규모입니다. 산불로 인한 탄소 배출은 단순히 양만 많은 것이 아닙니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산불 연기의 성분을 분석했습니다. 나무가 탈 때 나오는 갈색 탄소 말고도 더 진한 탄소가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바로 암갈색 탄소입니다. 지구에 미치는 악영향으로 석탄이나 석유 탈 때 나오는 흑색 탄소보다 더 좋지 않습니다. 탄소는 태양 빛을 흡수한 다음 열로 방출해 지구 온도를 높입니다. 대표적인 온실가스로 분류되는 이유입니다. 흑색 탄소가 색깔 탓에 빛 흡수량이 많아 열 방출량도 가장 많은 줄 알았는데, 암갈색 탄소가 내뿜는 열의 양이 흑색 탄소의 무려 4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온난화로 인한 산불

지구 온난화에 맞서 우리는 나무를 심습니다. 대기로 뿜어져 나온 탄소를 흡수하기 위해서입니다. 숲은 가장 효율적이고 규모가 큰 탄소 저장소입니다. 캐나다 북부 냉대림이 흡수해 저장하는 탄소량은 2천억 톤이 넘습니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수십 년분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산불이 나면 이런 탄소 흡수원이 파괴되겠죠. 파괴를 넘어 최대 탄소 배출원으로 바뀝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산불이 온난화를 촉진하는 만큼 온난화도 산불 발생 빈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2019년 호주에 대형 산불이 났습니다. 반년 넘도록 한반도 면적의 80%에 이르는 산림을 태웠습니다. 당시 배출된 탄소량은 4억 톤 정도입니다. 호주의 1년 치 탄소 배출량의 75%에 달합니다. 옆나라 뉴질랜드에까지 영향을 미친 초대형 산불은 지구 온난화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인도양은 전체적으로 엎어진 U자 형태입니다. 양 옆과 위가 막혀 바닷물 온도가 주변 나라들의 날씨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인도양 동쪽과 서쪽의 수온 차가 커지는 것을 다이폴 현상이라고 하는데, 온난화가 이 다이폴 현상을 가속시킵니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쪽 바닷물을 더 빨리 데워 온도 차를 벌리고 있습니다. 결국, 온난화로 심해진 다이폴 현상 때문에 인도양 동쪽 바다의 수온이 낮아졌고, 그 결과 동쪽 바다에 가까운 호주에 산불 나기 딱 좋은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온난화가 산불을 유발하고, 산불은 대규모 탄소 배출로 다시 온난화를 촉진하는 악순환에 빠진 것입니다. 해가 갈수록 산불 관련 뉴스가 늘어만 갑니다. 올해는 특히 그렇습니다.

얼마 전 발생한 하와이 산불은 미국에서 발생한 산불 중 100년 만의 최악으로 기록됐습니다. 직접적인 원인은 강풍에 끊어진 전선이었지만, 불이 번진 건 1년 넘게 지속된 건조한 날씨 탓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10년 사이 우리나라 산불 발생 건수가 4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2012년 197건이었던 산불 건수가 2022년 756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UN이 2022년 2월 산불 보고서를 냈습니다. 유엔 환경계획, UNEP가 공개한 보고서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산불은 2030년까지 최대 14%, 2050년 말까지 30%, 21세기말까지 50% 증가한다고 예측했습니다. UN은 이 보고서에서 "산불은 기후변화의 결과이자, 원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온난화를 지나 끓는 지구

지구 역사상 최대 온난기였던 5,500만 년 전, 지구 평균 온도가 1˚C 오르는데 4,000년 정도 걸렸습니다. UN 산하 IPCC(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 보고서에서는 최근 지구 평균 온도 1.1˚C 오르는데 100년이 걸렸다고 보왔습니다. 40배나 빨리 지구가 뜨거워진 것이죠. 

기후변화는 이미 시작했습니다. 끔찍하게도, 고작 시작에 불과합니다.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끓는 지구(Global Boiling)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 안토니우 쿠테흐스 UN 사무총장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미래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것이 작은 실천에서 시작되더라도 전 세계인들이 동참한다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 나라들이 기후 위기 해결에 뜻을 모으고 머리를 맞대어야 합니다. 다시 석유를 중심으로 산업을 꾸리려고 한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과거로 회귀한다면 더 큰 재앙만을 끌어안게 될 뿐입니다. 탄소제로 정책을 꾸준히 실행하고 플라스틱 제품을 재활용하고 석탄, 석유를 줄이고 친환경 차량을 보급하려는 시도가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각 나라 수장들은 자신만의, 자기 나라만의 이익을 생각하여 경제만을 살리려고 애쓰다 보면 자연은 성난 황소가 되어 되돌아올 것입니다. 부디 각 나라들이 힘을 합쳐 미래를 바르게 설계하길 바랄 뿐입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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