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논산천 제방이 붕괴하면서 물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새벽 5시 40분쯤 높이 11.5m, 길이 50m의 제방이 무너졌습니다. 초당 90톤씩 25만 톤의 물이 마을을 덮친 것으로 추정됩니다. 임시 복구로 터진 둑은 막았지만 언제 폭우가 또 쏟아질지 몰라 불안한 상황입니다. 금강으로 흘러드는 충남 청양군 지천 밤 11시 30분 아파트 6층 높이의 제방이 무너졌습니다. 무너진 곳으로 초당 400톤씩 급류가 밀려와 마을을 집어삼켰습니다. 높이 15m, 길이 50m 제방 구간이 무너지면서 약 150만 톤의 물이 쏟아져 들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올림픽 수영장 400개가 넘는 양입니다. 전봇대만 남고 모든 게 파손되고 훼손되어 물속에 잠겼습니다. 장마 기간에 전국에서 붕괴한 제방은 300곳이 넘습니다. 그중 249곳이 충청과 경북에 집중됐습니다. 제방이 무너진 원은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됩니다.

<논산 제방 붕괴>

제방 붕괴 원인

제방의 설계 빈도를 뛰어넘는 극단적인 폭우

이런 하천들은 80년대 빈도로 설계가 되어있습니다. 80년에 한 번 정도 평균적으로 홍수가 나는 것에 대비한 규모로 설계됐습니다.- 권현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그러나 청양과 논산에 쏟아진 비는 이틀간 최고 544mm에 달했습니다. 확률적으로 200~1300년의 한 번 빈도에 극한 폭우로 분석됐습니다. 올해 장마는 기상 관측 사상 가장 강력한 장마 중 하나로 기록됐습니다. 이렇게 극단적인 비가 쏟아진 원인은 무엇일까요?

극단 폭우 원인

한반도 상공으로 유입되는 수증기를 보면 막대한 수증기가 장마전선과 저기압을 만나서 폭우로 돌변했습니다. 서태평양 아열대 해역의 수증기가 거대한 강처럼 유입되는 대기의 강 현상도 출현했습니다. 하늘의 강이 폭주하자 땅의 강이 범람했습니다. 올해는 예년보다 많은 수증기가 일시에 들이닥쳤습니다. 막대한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된 원인 중 하나는 기후 변화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지구의 기온은 1.1˚C 상승했습니다. 기온이 1˚C 상승하면 수증기는 7% 늘어납니다. 수증기 7%는 얼마나 되는 양일까요? 무게로 환산하면 8900억 톤이 넘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댐인 싼샤댐이 393억 톤 정도 되니까, 이 싼샤댐 22개가 터진 것과 같은 물이 대기에 풀린 것입니다. 이렇게 풀린 수증기가 폭우로 변하면서 집중적으로 떨어지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기후 변화로 한반도의 여름 강우량이 늘고 있는데 그중 7월 강우량이 가장 많이 늘었습니다. 1995년 이전에는 전국 평균 367mm였는데, 1995녀 이후에는 444mm로 21%나 급증했습니다. 

전반적인 강수량 증가보다 극단적인 강수량 증가가 더 뚜렷합니다. 그래서 비가 내릴 때 더 많이 내리고요.-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장마가 끝난 뒤 8,9월에 오는 비도 무섭게 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 반지하 참사를 부른 수도권 폭우는 8월 8일, 포항 지하 주차장 참사는 9월 6일에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이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지금과는 다른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

제방 자체가 지닌 결함 때문에 내부로부터 붕괴

논산시, 청양군 제방들은 모두 강물이 월류하기 전에 붕괴했습니다. 청양군 제방은 수위가 제방보다 1m, 논산천은 4m나 낮은 상황에서 무너졌습니다.

(붕괴한 곳은) 상대적으로 약한 취약 지점이었던 것 같고요. 그쪽으로 물이 스며들면서 제방이 (터진 것으로 보입니다)-권현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우선 기존 제방은 튼튼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설계 빈도 50~200년 수준의 기존 제방으로 극한 폭우를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전국의 제방을 일시에 다 뜯어고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곳부터 바꿔 나가야 합니다. 도심지나 인구 밀집 지역 그리고 산업단지는 지금의 설계 기준을 뛰어넘는 강력한 방어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제방 강화만큼 중요한 건 조기 경보입니다. 제방이 붕괴하면 물이 삽시간에 마을로 밀려옵니다. 특히, 새벽이나 늦은 밤에 둑이 터지면서 대피할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제방이 무너지기 전 먼저 발령되는 게 홍수 특보입니다. 홍수 특보가 발령되면 새벽이나 한밤중이라도 즉시 대피할 수 있도록 피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럼 제방이 무너지고 강이 범람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로 인해 지하 공간이 제일 먼저 침수가 되기 시작합니다. 지하주차장, 지하 차도, 지하 생활공간 등 침수가 시작되면 대피를 서둘러야 합니다.

지하 공간 침수 대비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는 집중호우 시 침수 피해에 대비하여야 합니다. 특히 침수에 취약한 지하 공간은 더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데요. 실제로 2022년 8월 수도권에 쏟아진 엄청난 집중호우와 2022년 9월 우리나라에 상륙한 제11호 태풍 힌남노 당시 지하 공간의 침수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지하공간 이용자 행동 요령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거나 지하철 역사, 지하상가 등에 있을 경우, 만약 바닥에 물이 조금이라도 차오르거나 하수구에서 역류한다면 즉시 안전한 지상으로 대비하여야 합니다. 지하공간이 침수되는 경우 외부 수심이 무릎이상일 때에는 혼자서 문을 열기 어려운데요. 실제로 일반 성인의 신체 위치를 기준으로 출입문 개방 실험 결과 수심이 30Cm 이하일 때에는 남성과 여성 모두 문 개방이 가능했지만, 수심이 40Cm 인 종아리 높이에서는 남성은 가능, 여성의 경우 개방이 불가했습니다. 수심이 50Cm 인 무릎 높이의 경우에는 남성과 여성 모두 문 개방이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수심이 무릎 이상으로 차올랐을 경우에는 전기 전원을 차단 후 여려 명이 힘을 합쳐 문을 열고 신속히 대피해야 합니다. 지하공간에서 계단으로 대피 시에는 신발도 고려해야 합니다. 미끄러운 구두나 하이힐, 슬리퍼보다는 운동화가 대피에 용이하고 특히 장화의 경우에는 장화 속으로 물이 차 대피가 더욱 어렵기 때문에 피해야 합니다. 만약 마땅한 신발이 없을 경우에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대피하는 것이 신속한 대피에 도움이 되고 대피 시에는 난간을 잡아 안전하게 이동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계단에 유입되는 물이 발목 높이라 하더라도 어린이나 노약자는 대피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만약 물이 조금이라도 유입된다면 즉시 대피를 해야 합니다. 

지하 주차장 침수시 행동 요령

지하 주차장에 물이 차오를 때 차량을 밖으로 이동하려 하거나 차량 확인을 위해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경사로를 따라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차량은 수압으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차량은 두고 사람만 신속하게 대피해야 합니다. 

차량 이용자 행동 요령 

차량에 탑승해 있거나 차량운행 중 침수가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차량 타이어 높이의 2/3 이상이 잠기기 전에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이미 침수가 상당히 진행되었을 경우 외부 수압으로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이때는 창문이나 천장 선루프를 열어 대피하고 창문도 열리지 않을 경우에는 좌석 목받침을 이용해 유리창의 가장자리를 깨서 대피합니다. 유리창을 깨지 못할 경우에는 차량 내외부의 수입차이가 30Cm 이하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문이 열리는 순간 탈출합니다. 

차량 운행 중 침수가 시작된 지하차도를 발견했다면 절대로 진입하지 말고 이미 진입했다면 차량을 두고 신속히 밖으로 대피해야 합니다. 또한 급류가 있는 교량에서 차량은 수압에 의해 하천으로 밀릴 수 있으니 절대 진입하지 말고 우회하거나 안전한 곳에서 대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급류에 차량이 고립됐다면 물이 밀려오는 반대쪽 문을 열고 탈출하거나 창문을 깨서 탈출해야 합니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공동주택 관리자 행동 요령

아파트, 빌라 등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동주택관리자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평상시에 물을 막아주는 차수판, 모래주머니, 양수기 등을 비치하고 필요시 이를 신속히 설치할 수 있도록 담당자를 미리 지정해 놓아야 합니다. 호우 시에는 기상특보를 예의주시하고 많은 양의 비가 예상되는 경우 신속하게 차수판과 모래주머니를 설치해야 합니다. 만약 지하 주차장 등 지하공간의 빗물이 유입될 경우 즉시 지하공간 밖으로 대피하도록 안내합니다. 대피 장소로는 건물 내 높은 공간이나 가까운 주민센터등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도록 안내합니다. 특히 지하 주차장 차량 이동이나 확인 등을 위해 지하공간에 진입하는 행동은 철저히 금지해야 합니다. 

갑작스럽게 물이 차올라 생명을 앗아가는 침수 사고, 평상시 철저한 대비와 올바른 행동 요령으로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습니다. 지하 공간의 바닥에 발목 이상 물이 차오른다면 자동차를 과감히 버리고 탈출해야 합니다. 여러분 모두 비 피해 없으시고 안전하시길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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