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말하는 역학은 역을 학리적(學理的)으로 탐구하는 학문을 말합니다. 한국 사상가에 있어서 역학의 위치는 철학적·윤리적 내지 종교적 차원에서 최고의 원리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이번 글은 한국 역학의 전반적인 내용을 알아보는 방향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역학이라는 말이 정말 뜻이 많은 단어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역학의 다른 뜻을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역학(力學): 물리학의 한 분야로 힘을 가진 개체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생기는 운동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
    예) 양자역학
  • 역학(疫學): 지역이나 집단 내에서 질환이나 건강에 관하나 사항의 원인이나 변동하는 상태를 연구하는 학문
    예) 코로나 시기에 역학조사를 실시하다.
  • 역학(曆學): 천체의 운동을 관측해서 책력을 연구하는 학문

우리가 알아볼 역학(易學)은 우리나라의 상징인 국기, 태극기(太極旗)에서도 역학의 원리가 숨어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태극기가 국기로 된 것 또한 우연이 아니며 우리나라의 역사적 배경과 사상적 흐름에 있어서 역학 사상은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가 숨어있다는 증거입니다.

한국역학에 대한 이해

한국역학의 특질

역은 일반적으로 중국의 고전인 「주역」을 지칭하고 중국 사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역이란 단순히 「주역」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연산(連山)·귀장(歸藏)·주역을 3역(三易)이라 하듯이, 여러 가지 역이 있을 수 있고, 특히 「주역」이 전래하기 이전부터 내려오는 한국 상대(上代)로부터의 신앙과 사유 방식의 발상이 역리와 관련해서 발전해 왔습니다.

중국은 「주역」을 송대·명대에는 13경 중 으뜸으로 두었지만, 진나라 시기에는 점서(占書)로 보아 화를 면했고, 당나라 시기에는 국학에서 경전을 대경(大經)·중경(中經)·소경(小經)으로 분류할 때에도 「주역」을 소경으로 취급했습니다. 한편, 일본의 경우에는 대체로 「주역」을 점술로 응용되는 경향이 짙습니다.

「주역」이 본래 고대에서는 점서였던 것이 후대에 와서 윤리·철학서로서 면모를 바꾸게 된 것은 중국과 한국이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주역」의 경학사적(經學史的) 위치는 고대로부터 항시 그 사상사의 주류를 이루어 왔습니다.

역학 사상은 주자학(성리학)이 전래한 이후 크게 전환합니다. 종래의 신비적 요소를 지양하고 윤리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가 역 사상 이해의 중심을 이루게 됩니다. 그리하여 조선조의 학자들은 주술적 점술을 억제하는 입장을 취합니다.

송학(주자학)의 성립 자체가 역과 「중용」을 바탕으로 형성되었으므로, 성리학의 기본이 되는 주요 문헌인 「근사록(近思錄)」 「성리대전(性理大全)」 또는 한국의 「성학십도(聖學十圖)」 및 「성학집요(聖學輯要)」가 모두 「주역」과 「태극도설」을 학술의 연원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학국 성리학이 상하 500년 동안 학술 사상의 중심을 이루어 오지만, 근본에 있어서는 역리의 이해가 그 바탕을 이루고 있습니다.

한국역학은 성리학의 영향으로 어떻게 전개하는가의 입장과 학설에 따라 학파가 갈라집니다. 따라서 태극을 이로, 음양을 기로 보아 양자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역 사상(易思想)의 차이가 생깁니다.

역에는 변역(變易)·불역(不易)·간이(簡易)의 삼의(三義)가 있습니다. 어느 면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사상이 달라지는데, 번역의 측면을 강조하는 기학파의 대표로는 서경덕(徐敬德)이 있습니다. 서경덕은 음양지기(陰陽之氣)를 철저화하여 태허지기(太虛之氣)의 유기론(唯氣論)을 주장하였습니다. 서경덕의 역리에 의하면 천지를 만고불변의 것으로 보지 않고, 천지 미생(未生) 전을 전천지(前天地)라 한다면 천지가 멸한 뒤에는 후천지가 나온다고 보는 것입니다. 

서경덕의 기론이 아무리 자연의 이법(理法)을 통찰할 수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인간의 주체적 능동성과 자유로운 권능을 말하지 않는다고 하여 이학파에서는 이를 비판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학자가 이황(李滉)입니다. 이황은 태극을 강조해 “지극히 존귀하여 만물을 명령하는 자리요, 어떠한 것에도 명령받지 않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만물 중의 태극보다 인심(人心) 중의 태극을 강조해 인간 자아의 인격과 생명의 주체성을 진리의 근본으로 보았습니다.

태극은 불역지리(不易之理)로서 천고불변의 인륜강상(人倫綱常)을 부식(扶植)하려는 입장이며, 역 삼의(三義) 가운데 불역의 측면을 취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무에서 유가 나오게 되는 논리적 비약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역에 있어서 태극지리(太極之理)와 음양지기의 상호 관계성이 문제 됩니다.

객관적 사실의 기의 세계와 주관적 관념의 이의 세계를 모순 없이 이해하고 융합할 수 있는 것은 주체적 인식 능력에 연유합니다. ‘무극이태극(無極而太極)’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극(人極)을 성취해야만 합니다. 태극을 우주만물의 최고의 준칙(準則)이라 한다면 인극은 인간으로서 최고의 준칙이 된 사람, 즉 성인(聖人)을 말합니다.

한국 역학이 인간의 진리에 근원을 두고 인극을 추구했다는 것은 역학 사상뿐 아니라, 한국 사상의 본령(本領)이며 특질입니다. 

한국역학에 대한 이해한국역학에 대한 이해한국역학에 대한 이해

단군의 탄생이 천신(하늘;양)과 웅녀(땅;음) 사이에 화합해 이루어진 '중(中 : 人間)’ 사상이라는 점과 그 이념이 '홍익인간(弘益人間)'으로 인간을 강조한 점, 대승 불교 사상으로서 성(聖)과 속(俗)을 일원화하고 유(有)와 공(空)을 원융(圓融)하는 원효(元曉)의 ‘십문화쟁론(十門和諍論)’, 율곡 철학에서 이상적인 이와 현실적인 기를 묘용(妙用)하는 ‘이기지묘론(理氣之妙論)', 그리고 천도교의 '인내천(人乃天)' 사상 등은 모두 인간을 근본으로 하는 한국 사상의 일관된 맥락이라 하겠습니다.

한국역학의 역사적 이해

'중' 사상은 갑골 복사에 있어서 이미 발견됩니다. 중상(中商)이라고 은왕조의 서울이자 나라인 상(商)을 중심으로 동토(東土)·서토(西土)·남토(南土)·북토(北土)로 갈라서 점하는 복사가 여러 번 나오고, 또 동방·서방·남방·북방이라 하여 사방(四方)의 예속국 또는 인국을 표현한 것은 중심과 주체를 같이 본 것입니다.

음양 사상은 고대로부터 있었으나 오행 사상은 진한시대(秦漢時代)의 비교적 후기의 것이라는 것이 통설입니다. 음양을 태음(太陰)·태양(太陽)·소음(少陰)·소양(少陽)으로 나눌 수 있고, 이를 사방사유(四方四維), 팔방(八方)으로 나누어 8괘(卦)가 됩니다. 사상(四象)에 중심을 놓으면 오행이 되고 8괘에 중심을 놓으면 9궁(宮)이 됩니다. 따라서, 음양과 오행이 다를 바 없고, 8괘와 9궁이 상통합니다.

은나라의 중사상은 공간이나 시간 개념으로부터 사상적 중개념으로도 연역될 수 있는데, 요순(堯舜)의 ‘윤집궐중(允執厥中)’의 '중'이 바로 이것입니다. 이 '중'은 후기에 와서 중용 내지 중화사상(中和思想)으로 발전하였으며, 이 '중'은 천(天 : 上)·지(地 : 下)·인(人 : 中)에 있어 인에 해당합니다. 중을 소중히 아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 존중 사상이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한국 역학뿐 아니라, 한국 사상 전반이 인극·인간론을 중심으로 일관되게 발전한 것은 머리와 꼬리[首尾]가 상응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 중은 주(主)와 인(人)의 뜻을 갖는 동시에 인간에 있어서는 마음이 중이고, 마음에서도 지극한 중심을 지칭하게 됩니다.

이 중은 사물의 중과 인심의 중을 합하게 하는 길이나, 먼저 인심의 중을 얻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의 역학 사상은 고대의 신비적 신앙에서 발원해서 후기에 전래해 온 「주역」의 인문주의 사상과 융합하여 한국 역학의 특질을 산출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고대 문화의 흔적 속에는 음양 사상이 내포되어 있음을 무수히 볼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한국은 음양이 불통불화(不通不和)해 천지부괘(天地否卦)의 상(相)이 되지 않고, 음양이 상통상합(相通相合)하는 지천태괘(地天泰卦)의 상이 되는 것을 이상으로 여겼습니다. 소 발굽이 합하면 길(吉)이라 한 화합의 사상은 후기에도 일관되게 흘러 온 것입니다. 그럼 역사적 기록을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역학에 대한 이해한국역학에 대한 이해한국역학에 대한 이해

  • 고구려 고분 벽화에 보이는 사신도에서 청룡·백호·주작·현무의 수호신을 사상(四象)으로 나타내고, 중앙에는 죽은 이를 주인으로 안치함(공간적으로는 화합이지만 시간적으로는 영원을 의미).
  • 신라시대 태종무열왕 비(碑)의 형태를 보면 귀부(龜趺)에다 비신(碑身)을 세우고 위에는 용을 조각하였습니다. 여기에서 거북과 용이 음양을 상징하고 그 사이에 주인공의 행적을 기록한 비문(碑文)이 있는 것도 중(中:人)을 소중히 여기는 사유 방식.
  • 고려시대 호부상서 허재(許載)의 석관(石䘾)에도 쌍봉 태극(雙鳳太極)이 완연하게 보임.
  • 삼국시대에 오부오방제(五部五方制)로 군현(郡縣)을 나눈 것이라든지, 문무·양반으로 관제를 가른 것이라든지, 도시 설계의 원칙이나 건축에서 사대문(四大門)을 설치하고 정부 청사를 중심에 둔 것이라든지, 종묘와 사직을 왕궁의 좌·우에 설치한 것이라든지, 문묘(文廟)에서 동서에 재(齋)와 무(撫)를 짓는 것이라든지, 조선조의 아악(雅樂)이 오성(五聲 : 宮·商·角·徵·羽)과 육률육려(六律六呂)로 구성된 것이라든지, 심지어 관혼상제의 모든 예속이 음양법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 등은 역리가 한국 문화 전반에 암암리에 침투되어 있는 증거임.

한국역학의 뚜렷한 적용사례

훈민정음

민족 문화 창달에 역리가 크게 활용된 뚜렷한 사례들을 골라 본다면, 첫째로 훈민정음의 창제를 일컬을 수 있습니다. 「훈민정음해례」의 제자해(制字解)에는, “천지지도(天地之道)는 일음양오행(一陰陽五行)뿐이라.”했으니, 훈민정음의 구조 원리가 역리를 바탕으로 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정음(正音)의 초성(初聲 : 子音)과 중성(中聲 : 母音)의 구조가 오행의 원리와 태극·양의·사상·팔괘로 이루어진 것에 대해서는 각별한 주의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훈민정음은 무리한 인위적 조작으로 된 것이 아니라, 천지자연의 이법에 근거해 천지자연의 성음(聲音)을 따라서 천지자연의 문(文)을 지은 것이라 하였습니다.

사상의학

둘째로,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에 보이는 사상의학을 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의와 양의를 막론하고 질병을 치료함에 있어 병리(病理)와 약리(藥理)에 치료의 주안목을 두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마의 사상의학에서는 같은 병에 같은 약을 쓰더라도 환자에 따라 치료가 될 때가 있고 되지 않을 때가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환자의 체질의 유형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체질을 사상, 즉 태음인·태양인·소음인·소양인으로 구별하고, 그 체질에 따라 알맞은 약을 써야 하며 음식도 체질에 맞도록 가려야 합니다. 이것은 의학사에 있어서 획기적 창안이라 하겠고, 태극·음양·사상·팔괘의 역리를 의약 방면의 자연과학으로 활용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국기 태극기

셋째로, 한국의 국기를 태극기로 정한 사실입니다. 국기는 국가와 민족을 상징하는 숭고하고 신성한 표지(標識)입니다. 태극이라는 용어는 「주역」에 나오는 말이지만, 「주역」 본문에 태극 도형이 그려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송나라의 주돈이(周敦頤)가 태극도를 그린 바 있지만, 한국에 있어서는 삼국시대와 고려시대를 통해 태극 문양이 산재함을 볼 수 있습니다.

태극기는 백색 바탕의 중심에 태극·양의가 있고, 건곤감리(乾坤坎離)의 사괘(四卦)가 사유(四維)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백색 바탕은 한민족이 고대로부터 백색을 숭상한 순수성과 민족적 동질감을 표상하고, 일원상(一圓相)의 태극은 우주만상의 근원이요, 인간 생명의 원천으로서 영구불멸의 진리를 뜻합니다.

건곤감리는 사상으로서 동서남북 사방의 광대무변함과 춘하추동 사시(四時)의 영허(盈虛)와 소장(消長)을 상징해 진리의 영원무궁함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태극기로서 제작된 한국의 국기는 한민족의 역사와 이념과 역리가 융합되어 표현된 것임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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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한국역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많은 관심(♥)과 구독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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