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벌이면서 점점 핵도발 위협이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점점 핵위협이 성행하는 요즘 떠오르는 이론이 있습니다. 바로 상호확증파괴입니다. 이번 글은 핵무기에 관하여 세계정세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관심 있게 정독해 보세요.

 

상호확증파괴

옛날에 우리 어른들은 너 죽고 나죽자라는 표현을 많이 쓰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런 표현은 국제정치에서 실제로 개념화되었는데요. 영어로는 MAD라는 약자로 표현됩니다. MAD는 사전적 의미로 미친, 몹시 화난 상태를 의미합니다. 여기서는 그런 의미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라는 개념의 약자로서 쓰입니다. 이 용어는 핵무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최근 북한이 핵실험을 계속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대상으로 핵무기 사용을 언급하는 가운데 그 의미가 다시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상호확증파괴 개념이 처음 등장하게 된 것은 미국의 싱크탱크인 허드슨 연구소의 연구원인 도널드 브레넌이 처음 만들어내면서부터입니다. 상호확증파괴란 종말에 가까운 파괴력을 가진 무기를 가진 두 세력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파멸적 시나리오입니다. 일반적으로 적대적인 두 세력 중 한쪽이 공격적으로 나설 경우 상대방으로서는 대응하지 않을 수 없은데요. 만약 두 세력이 보유한 무기가 세상을 끝장낼 수 있다면 양쪽은 행동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들도 세상의 일부이니까요. 상호확증파괴는 냉전 시기에 큰 주목을 받게 됩니다. 쿠바 미사일 사태 당시 미국과 소련은 실제로 핵전쟁이 일어날까 두려워했는데요. 당시 미국 국방장관을 지낸 로버트 맥나마라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가을밤이었다. 대통령 집무실을 나오며 생각했다. 어쩌면 다음 토요일은 못 볼 수도 있겠다고...

이 이야기는 핵무기에 대한 극한의 두려움을 보여줍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핵무기에 대한 미국과 소련의 두려움은 두 국가사이에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효과적인 메커니즘으로 작동하였습니다. 그 결과 제한적 핵실험 금지조약을 비롯하여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는 일련의 협정이 두 나라 사이에 체결되게 됩니다. 상호확증파괴는 두려움을 두려움으로 막는 억지전략으로 재래식 군사력이 아닌 핵무기를 통해 구사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 재래식 군사력을 통한 억제의 경우, 전략과 전술을 통해 역량의 격차를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며 또 실제 싸워보지 않으면 그 결과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허점이 있습니다. 반대로 상호확증파괴는 핵무기로 인한 결과가 매우 확실하므로 혹시나 전쟁을 통해 이길 수 있을지 모른다는 낙관적 전망을 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상호확증파괴는 약소국이 강대국을 상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인도와 남아시아에서 대립하는 파키스탄은 군사적으로 인도에 열세에 있지만, 1998년 핵실험에 성공하며 이를 극복하였습니다. 또 북한은 그간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했는데요. 미국에 실질적 군사 위협을 제기하여 미국과 독자적으로 협상을 주도하겠다는 생각이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과거 중국도 핵무기 개발에 열중했습니다. 냉전의 한복판에서 우방인 소련과도 갈등이 깊어지며 고립될 위기에 처하자, 이를 타개할 목적으로 핵개발에 전력을 다한 것입니다. 상호확증파괴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언급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상호확증파괴의 허점은 핵무기를 보유한 당사국 간에는 억지력이 잘 유지되지만,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의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 경우 상호확증파괴가 아니라 일방확증파괴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우크라이나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통해 미국과 러시아로부터 자신의 안보를 보장받는 대신, 핵무기를 포기하였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미국은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다른 나라의 안전을 위해 미국을 핵전쟁의 위협에 몰아넣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대두되면서 미국이 정치적 혼란에 빠질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이런 질문에는 정해진 답이 없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대응이 실제 핵전쟁으로 이어진다면 이것은 지구적 재앙이 됩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부터 러시아는 많은 국제정치학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러시아가 내린 일련의 결정들이 합리성의 전통에 근거한 기존의 이론들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의 핵무기 사용은 러시아에게는 쉬운 옵션이고 미국에게는 고민거리입니다. 그동안 상호확증파괴는 우리가 소극적 평화라고 부르는 전쟁 없는 상태를 만드는데 어느 정도 일조해 왔습니다. 핵무기의 확산을 막고, 군비 경쟁을 줄이는 데 영향을 미쳤으며 핵무기 감축과 군축 협상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 개념을 기반으로 미국과 러시아는 핵무기를 제한하고 상호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수많은 협정을 맺었습니다. 그 결과 1986년 70,400개에 달하던 전 세계 핵탄두 비축량은 현재 12,500개로 감소했습니다.

무너지는 핵무기 통제

그런데 이 군비 통제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미-러 핵무기 조약 폐기
  2. 중국의 핵무기 증강
  3. 파괴적 기술 발전

먼저, 핵무기 감축 조약, 뉴스타트(New START)를 사실상 무력화시킨 미국과 러시아의 상황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뉴스타트(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는 미국-러시아 간 핵무기 감축에 관한 조약입니다. 2010년 4월 8일 체결, 2011년 2월 5일 발효되었습니다. 뉴스타트는 이전의 '스타트' 조약을 대체한 것으로 냉전 이후 핵무기 감축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로 여겨집니다. 이 조약은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핵탄두 수 각각 1,550개로 제한합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그리고 중거리 폭격기에 대한 배치 제한도 포함합니다. 또한 위성 감시, 현장 검사, 데이터 교환 등의 방법을 통해 양국은 상대방의 핵무기 감소를 검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3월 이후 양국의 핵위험감출센터(NRRC) 간 직접 연결망은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러시아가, 나중에는 미국이 뉴스타트 조약에 따른 정보 교환을 중단했습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상황을 '세계 핵무기 통제의 죽어가는 심장 박동'이라고 표현했습니다. 2011년 발효된 조약은 10년 동안 유효했으며 2021년에 만료되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1년 조약을 5년 더 그러니까 2026년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한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2026년 2월 조약이 만료될 예정이지만 대체 조약이 체결될 조짐은 지금으로선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상으로 상황확증파괴 이론을 바탕으로 현 상황을 살펴보았습니다. 나머지는 2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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